80년 전에도 '대박'…살아 숨쉬는 K-걸그룹의 계보 '시스터즈' [리뷰]

입력 2023-11-03 08:00  


그룹 에스파·아이브·뉴진스까지 현재 한국 가요계는 '걸그룹 전성시대'로 불린다. 화려한 춤과 댄스로 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현상의 시작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가 한국 걸그룹 계보의 큰 줄기를 따라 올라가며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살아 숨 쉬고 있는 '언니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스터즈'는 박칼린 연출의 쇼 뮤지컬로 1930년대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시스터를 시작으로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해 한류의 원조를 이끈 김시스터즈, 19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로 꼽히는 윤복희의 코리아키튼즈, 1970년대를 휩쓴 바니걸스와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까지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를 써온 여성 가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쇼 뮤지컬답게 음악과 춤이 한데 어우러져 극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스토리까지 느슨한 구석이 없다. 여러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대중음악계 걸그룹'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대한민국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시스터의 이난영이 한국전쟁 중 자기 딸 김숙자·김애자와 조카 이민자를 김시스터즈로 키워내고, 김시스터즈가 김숙자를 필두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며 '한국의 그룹'으로 이름을 떨치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촘촘히 그려져 초반부터 높은 흡인력을 자랑한다.

김시스터즈가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등 해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면, 국내에는 이시스터즈가 있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울릉도 트위스트'로 대히트에 성공하고 각종 CM송까지 휩쓸며 6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이시스터즈의 이야기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억압이 존재하던 시대에 자유와 젊음의 가치로 대중문화의 줄기를 올곧게 이어 나가는 모습은 어딘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계속해 코리안키튼즈 윤복희, 바니걸스 고재숙, 희자매 인순이로 이어지는 전개는 관객들의 공감과 추억을 제대로 자극한다. 무대 위 배우들의 놀라운 싱크로율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실제 윤복희, 인순이가 등장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비주얼과 목소리·퍼포먼스까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치마를 과감히 찢고 다리를 드러낸 채 미군을 앞에서 시원시원하게 노래하는 코리안키튼즈의 카리스마에 객석 분위기는 금세 달아오른다. 긍정 기운을 전했던 쌍둥이 그룹 바니걸스 고재숙이 언니 고정숙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연에는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인순이의 희로애락에 감정이 요동치다가 '거위의 꿈'을 듣고 벅찬 마음이 솟구치기도 한다.

'K-걸그룹'의 뿌리와 줄기를 오롯이 무대에 심어 쇼 뮤지컬적 화법으로 유연하게 풀어낸 '시스터즈'다. 한국전쟁이라는 배경에 미8군 부대를 중심으로 가요가 성장하며, 미군을 따라 동남아순회를 돌고, 대중음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겪는 등 그 시절의 사회상과 긴밀히 이어지는 살아 숨 쉬는 역사책과도 같다.

그 가운데 척박한 상황에서도 자기의 주관과 열정을 바탕으로 꿈을 놓치지 않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강인한 모습은 감동을 안긴다. 쇼 뮤지컬답게 시대별 특성에 맞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흥겹게 즐기기 좋다.

공연을 즐기기 좋은 관객 연령대를 시대적 배경에 맞춰 높게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윤복희는 올해도 변함없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고, 인순이는 여전한 공연 강자임과 동시에 현재 KBS2 '골든걸스'를 통해 5세대 걸그룹에도 도전 중이다. 고재숙 역시 지난 5월 음원을 발매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현시대까지 이어지는 '레전드들의 이야기'가 공감대 폭을 넓혀 온 가족이 기분 좋게 볼 수 있다.

공연은 오는 12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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